문화유산의 과거여행 > 충북 이야기

충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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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요, 옛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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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의 햇빛부터 따갑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그 어느 때보다 길고 힘들었던 장마가 끝나가나 보다. 아이들 방학도 했겠다, 본격적인 휴가를 고민하게 된다. 어디로 가야 할지 핸드폰으로 여기저기 검색하고, 고민 끝에 목적지가 정해지면 당장이라도 내비게이션 앱을 켜고 쭉쭉 뻗은 도로를 달린다. 막히는 길도 척척 알려주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게다가 가는 길에 입을 즐겁게 해줄 휴게소에 들리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검색부터 길 안내, 금액 결제까지, 이 모든 것이 핸드폰 하나로 가능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그렇다면 먼 옛날엔 어땠을까. 멀리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조선시대만 해도 어디든 걸어 다니는 것이 일상이었다. 최대한 빠르고 편한 길을 따라 걷다가 산이 나오면 주변보다 낮은 봉우리를 이용한 ...
등록일2023-07-30 14:55:09

중부대륙 최대 신라 보은 삼년산성 고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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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삼년산성은 신라 자비 마립간 13년(470)에 축조되었고, 소지 마립간 8년(486)에 고쳐 세운 것이 삼국사기 기록에 남아 있는 우리나라 축성사와 신라의 북진에 매우 중요한 산성이다.이 산성은 난공불락의 요새로 이름이 높은데, 기록에 의하면 149승 1패라는 무시무시한 성과를 남겼다. 백제는 물론, 수나라, 당나라도 꺾은 고구려조차 이 산성의 공략은 거의 불가하였다. 그 1패조차 통일신라기 헌덕왕 14년(822) 김헌창이 반란을 일으켰다가 삼년산성에서 관군에 패해서 함락당한 것 유일하다.이처럼 삼년산성은 신라가 5세기 후반 삼국통일의 전초기지로서 심혈을 기울여 축조한 요새이다. 그렇다면 삼년산성을 쌓았던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삼국사기에 의하면 소지 마립간 8년(486)조에 지금의 경북 구미 지방의 장...
등록일2023-07-23 14:54:25

귀신은 보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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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된 일이다. 김연아가 벤쿠버에서 금빛 점프를 하는 순간, 난 제천 오티리 노인회관에 있었다. 2011년 정초, 충북무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된 제천 오티별신제 기록화를 위해 열흘 남짓 오티리에서 먹고 자고 할 때였다.노인회관에 삼삼오오 모이신 할머니들과 대화를 나누고 다음 조사할 집을 넘어가기 전 김연아의 경기를 보게 된 것이다.그해 정월 열나흗날 제천 오티리의 산신제를 지낼 때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마을 사람들은 오티리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제사 중(상당제, 하당제) 산신제를 가장 위했는데, 산신제가 이루어지는 제의 현장에는 여자, 금기를 어긴 사람 등은 올라오지 못하게 하였다.한 사진가분이 마을회관 근처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산신제 행렬을 따라올라 가려고 할 때 마을 이장님이 제지하셨다.깨끗...
등록일2023-07-16 14:53:19

청주 밀레니엄타운에서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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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무더운 여름이다. 많은 강수량과 뜨거운 날씨로 습도가 높아지면서 지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 전기료까지 인상되면서 실내 냉방기를 작동하기 꺼려진다. 이런 날 밖으로 나가 여름을 즐겨 보는 건 어떨까.여름을 보낼 수 있는 알찬 여행지로 충북문화재연구원이 위치한 밀레니엄 타운을 소개하고자 한다. 밀레니엄 타운은 율량동에서 진전방향으로 넘어가는 공항로의 서편에 있고 정상동과 사천동을 포함하고 있다. 밀레니엄 타운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넓게 조성된 생명누리 공원이 아닐까 한다. 공원은 조성 기간이 오래되지 않아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지 않지만 매우 넓은 면적에 각 구역이 주제별로 조성돼 운치가 있다. 나지막한 구릉 사이에 있는 넓은 평탄지에는 잔디밭과 호수가 조성되었고 잔디밭에는 공연장이 있다. ...
등록일2023-07-09 14:52:24

무형문화유산, 함께 지켜나가는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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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님, 저희 뽕잎이 다 떨어져서 밥줄 게 없어요.하루걸러 한 번씩 충청양잠협동조합의 류재석 조합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전해 들은 조합장님은 오전 내 수확 작업을 했던 뽕잎을 한가득 싣고 학교로 향했다.불과 한 달 전 일이다. 연구원에서는 2023년부터 문화재청과 충청북도, 보은군의 지원을 받아 미래무형문화유산 발굴육성 사업의 일환으로 `보은 뽕나무 재배와 누에치기'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작년에는 보은 지역을 중심으로 양잠의 무형유산적 가치를 조사, 연구해 기초조사보고서를 발간했으며, 전승교육교재로 양잠농가의 춘잠농사를 기록화해 도서와 영상을 제작했다.올해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무형유산의 전승기반 마련을 위해 양잠 전승 교육을 진행했다. 교육생들은 충북생명산업고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되었고, 실제 양...
등록일2023-07-02 14:51:28

충주 미륵리 가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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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근현대는 조선왕조가 끝나고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이 될 때까지 복잡한 국제 정치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었던 시기였다. 한국도자사에서도 조선시대 도자의 전통과 문화가 단절되고 새로운 근대도자가 형성되는 시기였다.이 시기의 왕실 자기를 제작한 사옹원 분원은 아예 민간에서 필요로 하는 자기를 제작하도록 허용하고, 그 운영을 장인들에게 이양함으로써 장인들로 하여금 왕실용 그릇을 바치도록 하였다. 운영을 민간에게 이양 후 분원공소로 거듭난 분원은 왕실에 그릇을 진상하고도 그릇의 값을 제때 받지 못하여 경영이 악화되었고 자체적 기술개발과 경영 혁신에도 소홀하여 결국 1894년경에는 공소폐지론이 대두되면서 결국 근대적 기업으로 성공하지 못하였다.이곳에서 일하던 분원의 장인들은 각 지방으로 흩어져 개인 가마를 ...
등록일2023-06-28 14:50:27

땅속 문화유산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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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의 첫 구절이다. 이 시는 많은 사람에게 연가(戀歌)로 불리지만 매장문화재를 다루는 나에게는 존재의 본질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1991년 어느 날, 동네 어른들이 `장군묘'라고 부르는 고향 동네 뒷산에는 오래되어 보이는 그릇들이 즐비했다. 꼬꼬마였던 당시에는 친구들과 함께 동네 동산을 뛰어 노닐 뿐, 그 그릇들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관심이 없었다.시간이 흘러 2000년대 초반이 되어서야 그 `그릇'들이 신라의 무덤에서 주로 나오는 `고배(굽다리접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그 `장군...
등록일2023-06-18 14:49:22

인간의 오랜 친구 말(馬)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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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애견, 애묘 등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2017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전국에 있는 약 2,000만 가구 중에서 30%에 달하는 500여만 가구가 강아지, 고양이 등을 기르고 있다고 한다. 이는 반려동물이 그만큼 우리에게 가깝고 가족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만약 반려동물이 죽으면 무지개 다리를 건넌다고 표현하는데, 이를 애도하고 기억하기 위해 화장(火葬)하고 장례식을 치르며 납골당에 안치하기도 한다. 이러한 매장문화는 인간이 동물과 생활하면서 아주 오랫동안 이루어졌으며, 그 흔적을 지금까지도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예부터 인간은 필요에 의하여 말, 소, 개, 돼지, 양 등을 가축, 농경, 수송 등을 목적으로 길들이며 함께 지냈다. 그 중 말(馬)은...
등록일2023-06-11 14:48:25

음성 성본리 유적으로 본 음성군의 인구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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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의 서쪽지역인 성본리에 음성군에서 추진한 성본산업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지난 2019년에는 산업단지 조성 이전에 문화재 발굴조사가 진행되었다. 여기에서는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의 유구가 확인되었다.그 중 조선시대에 관련된 유구가 전체 477기 중에 주거지는 217기가 확인되었다. 음성 성본리에서 확인된 조선시대 수혈주거지는 대부분의 평면형태가 방형이며, 취사난방시설이 확인된 수혈주거지와 확인되지 않은 무시설식 수혈주거지가 모두 확인되었다.이들 수혈주거지 내부에서는 도기류와 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의 자기류, 기와류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었으며, 출토된 유물을 기준으로 볼 때 14세기 후반에서 17세기 전반에 이르는 폭넓은 시기에 수혈주거지가 조성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등록일2023-06-04 14:47:15

물 속에 잠긴 고대유적이 세계유산을 탄생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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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남부 아스완 국제공항에서 차로 꼬박 3시간, 끝도 보이지 않는 사막을 가로질러 남쪽으로 내려가면 사막의 모든 물을 모아놓은 듯 드넓은 호수를 만나게 된다. 약 5000㎢, 충북도 면적에 약 70%에 달하는 방대한 나세르 호수이다. 이 호수는 1970년 완공된 아스완 하이 댐(Assuan High Dam) 건설로 만들어진 인공호로, 이집트 남부 경제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하였다.하지만 이런 긍적적인 효과 뒤편에는 또 다른 아픔이 숨겨져 있었다. 댐의 건설로 하 누비아(Lower Nubia) 지역 전체가 수몰되었고, 이로 인해 조상 대대로 이 땅을 지켜왔던 약 11만 누비아인들의 거주지가 물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고대부터 축척되어온 엄청난 숫자의 문화유산과 유적들이 모조리 수몰된 위기에 처...
등록일2023-05-21 14:46:24